1. 곡성 찍고 태국으로
<랑종>은 전작 <곡성>으로 오컬트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또한 한국과 태국의 합작 공포 스릴러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기획 제작과 태국의 유명 공포 영화 감독인 반종 피산다나쿤의 연출로 탄생한 영화 <랑종>은 태국 이산 지역의 무당의 피가 흐르는 가족이 겪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 전 초반 시사회의 평은 꽤 좋았습니다.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공포 향이 짙고 배우진들의 열연이 돋보인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열대 기후인 동남아시아만의 어딘가 음산하고 찜찜한 분위기가 영화에 잘 어우러졌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정식 개봉 이후 관람객의 평은 극명히 갈렸습니다. ‘서서히 긴장감을 조여오는 전개와 후반부 주연 ‘밍'의 빙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무섭다고 한 것에 비해선 공포감이 덜하고, 일부 장면들은 불쾌하기만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작위적인 행동과 다소 허술한 후반부 전개도 부정적인 평가에 한몫을 했습니다. 이른바 ‘왜 저래?’라고 생각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많고 후반부 클라이막스엔 상황이 심각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데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고 찍어대는 카메라맨의 어이없는 행동 등의 작위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전개는 관객들의 부정적 평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장례식장에 모인 님과 그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님은 무당으로 바얏신을 모시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밍은 님의 예상대로 평소 하지 않았던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이에 님은 밍의 엄마 노이에게 서둘러서 내림 굿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이는 극구 거부합니다. 무당, 즉 랑종이 되면 삶을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자신 역시 과거 신내림을 거부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밍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집니다. 허공에 대고 누군가와 대화하듯 말을 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갑작스레 행패를 부리고, 어린아이의 신발에 집착하거나 갑자기 하혈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을 하는 도중에도 참을 수 없는 두통과 복통에 시달려 화장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밍에게 사장은 해고 통보를 하고, 밍은 그렇게 일자리를 잃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되는 이상행동에 밍은 변해버린 자신과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스스로 손목을 긋게 됩니다. 이에 현실을 깨달은 노이는 님에게 내림굿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님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내림굿은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노이는 님이 자신에게 화가 나 밍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다른 무당, 랑종을 찾아가서 내림굿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어딘가 음산하고 이상한 내림굿이 진행되고,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는 도중 님이 난입하여 내림굿을 중단시킵니다. 다짜고짜 진행된 내림굿은 밍에게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밍은 갑작스레 노이에게 달려들어 카메라로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어딘가로 달아나게 됩니다.
이후 님은 밍을 찾기 위해 바얀신께 한 달여간 충실히 기도를 드리고, 이내 어느 폐공장에서 쓰러져 있는 밍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님은 밍에게 씌인 거대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구마 의식을 치르려 준비합니다. 준비 기간동안 밍은 완전히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행동을 보입니다. 몸을 비틀거나, 익히지 않은 생고기를 먹고, 마치 개처럼 오줌을 싸는 등 기이한 행동을 이어갑니다.
구마의식이 있기 하루 전날, 님과 연락이 닿질 않자 노이는 님의 집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싸늘하게 죽어있는 님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노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님을 도와 구마의식을 준비하던 랑종 '싼티'는 예정대로 의식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의식은 생각보다 순조로이 진행됩니다. 의식 동안 밍은 집에 가두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곧 밍은 퐁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팡으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합니다. 그 후 밍은 폭주하듯 집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을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의식이 진행되던 곳도 각각 귀신이 들린 듯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의식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의식 장소에 도착한 밍은 그곳에 있던 노이, 나머지 카메라맨, 제자들에게 불을 지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다소 아쉬움과 찝찝함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무섭게 보았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아무 기대하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그런진 몰라도 꽤나 숨죽이며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열린 결말로 끝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공포영화 특성상 명확한 해설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랑종>은 무언가 뿌려 놓은 떡밥들에 비해 그에 대한 회수나 설명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그에 비해선 상당히 아쉬운 부분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님의 죽음과 밍에게 들어있던 악령의 정체, 그리고 후반부 노이에게 씌인 혼의 정체에 대해 정답은 없겠지만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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