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by 파란색 2024. 3. 24.

인생은 아름다워, 2022

 

1. 반가운 국내 뮤지컬 영화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은 몇 년 새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비대해졌습니다. 실제 작년 뮤지컬 티켓의 판매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 영국, 일본을 잇는 거대 시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국내에서 뮤지컬이 가지는 입지는 탄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내 '뮤지컬 영화'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몇 년꼴로 몇몇 작품이 개봉하기도 하나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2022년, 염정아, 류승룡 등 인기배우를 앞세운 탄탄한 스토리와 정겨운 노래들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최국희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입니다. 영화는 네이버 포털사이트 관람객 평점 8점대와 네티즌 평점 9점대를 기록하며 코로나로 인한 영화 업계 비수기 상황 속에서도 120만명의 관객을 모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세연(염정아 분)이 불치병에 걸리게 되고, 그로 인해 남은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 살고자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주크박스형 뮤지컬 영화입니다. 기존 뮤지컬 영화처럼 음악을 새로 만들어 삽입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친숙한 대중가요를 영화 곳곳의 적재적소에 녹여내며 관객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친숙한 노래들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는 사랑부터 우정, 그리고 가족애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2. 줄거리

버스에 앉아 어딘가로 향하는 주인공 '세연'을 비추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세연은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버스를 착각해 옛 추억의 '서울극장'이 있는 곳에 내리게 되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남편 진봉과의 옛 추억에 사로잡히며 첫 번째 넘버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늦는 세연을 대신해 결과는 진봉이 대신 듣게 되고, '폐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듣게 됩니다.

 

이를 알게 된 세연은 절망하게 되고, 그에 더해 그런 자신에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진봉에게 더욱 실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생일날, 자신의 진정한 첫사랑 '박정우'를 찾아 떠납니다. 세연의 막무가내 부탁에 못 이긴 진봉도 그런 그녀와 함께 '박정우'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합류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첫사랑을 찾아 수소문하며 그들의 풋풋했던 옛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또 그에 맞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여정을 이어갑니다. 목포, 부산, 청주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다 세연은 이내 과거 정우가 '보길도'에 대해 얘기한 걸 기억해내고, 보길도로 향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보길도에서 그들은 마침내 정우의 여동생 정아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우가 이미 죽었고, 그녀와 정우에 대해 얘기하다 사실 정우가 좋아한 사람은 세연이 아닌 세연의 친구 현정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허탈한 세연과 진봉은 이후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재회합니다.

 

그리고 화면은 전환되어 세연과 진봉의 두 번째 결혼식을 비춥니다. 진봉의 그녀를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결혼식엔 세연의 오랜 친구 현정과 옛 인연이 닿았던 여러 사람들로 채워져있었습니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분위기 속 모두는 세연의 아들 서진이 부르는 '뜨거운 안녕'을 함께 열창합니다.

 

세연이 죽고 난 뒤, 모든 집안일은 진봉이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연에게 무뚝뚝해 보였던 진봉이 사실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후 장면은 세연이 처음 등장했던 '서울극장'으로 바뀌고, 진봉은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평생을 헌신한 가족에게 가장 모진 말을 듣기도 하고,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 상황 속 시한부 선고를 받는 세연처럼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 채 흘러갑니다. 또 평생을 첫사랑이라고 믿었던 그가 사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친구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알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이렇듯 나쁜 일의 연속은 아닙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원래의 인연과 더욱 돈독해지고 오랜 친구를 다시 얻게 되기도 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의 제목처럼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