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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어느 가족, 새로운 가족의 의미

by 파란색 2024. 5. 1.

어느 가족, 2018

 

1. 일본 영화계 거장의 품격

일본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은 칸 영화제의 최고 상인 '황금 종려상' 수상작으로도 유명한 그의 대표작 입니다. 전통적 가족 구조와는 사뭇 다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어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당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노부부가 사망 한 후 그들의 사망 처리를 미루고 그들의 연금을 부정 취득하여 생활하던 가족의 뉴스를 꼽았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평론가들과 관람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 9.3점을 기록 중이며 평론가 평점도 8.2점 정도로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영화 평론에 있어 엄격하다는 평을 받는 박평식 평론가도 "나누며 보듬는 삶, 고레에다 가족영화의 정점"이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편 황금종려상에 이어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으니 경쟁작 <로마>에 밀려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2. 줄거리

영화는 한 도쿄의 마트에서 무언가를 훔치는 도둑 '쇼타'를 비추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르는 '오사무'는 그와 함께 생필품들을 훔치고 태연하게 귀가합니다. 이후 그는 홀로 있는 여자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곧 아이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부부의 심한 싸움 소리를 듣고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그렇게 점차 여러 일들을 함께하며 유리와 다른 가족들이 서로 익숙해질 무렵, 유리의 부모님은 유리를 실종신고하고 대대적으로 찾기 시작합니다. 이에 하츠에 가족은 유리에게 스스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하고, 유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던 친부모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대해주고 편하게 해주는 하츠에 가족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이후 여름, 하츠에 가족은 한 번도 바다에 가본 적 없다는 유리를 위해 단체로 바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밌게 놀며 추억을 쌓는다. 하지만 바다에 다녀온 이후, 하츠에는 잠에 든 뒤 깨어나지 못한다. 사망한 것입니다. 이에 다른 가족들은 신고하기는커녕 하츠에의 연금을 타기 위해 그를 암매장하고 연금을 계속해서 지급받습니다. 

 

이런 다른 이들의 모습에 쇼타는 적잖이 충격받게 됩니다. 피는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순전히 돈 때문에 이렇게 모여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 도둑질을 하려는 유리의 모습을 보고도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 쇼타는 유리가 자신처럼 도둑질을 배우지 못하게 일부러 도둑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리를 다치게 됩니다. 이에 그는 병원에 입원하고 병원측에선 진짜 가족이 아닌 오타무에게 진짜 보호자가 맞는지 추궁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경찰이 개입되어 일이 복잡해지자 하츠에 가족은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 그를 피해 도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이는 발각되고 결국 유리를 데리고 있었다는 것도, 하츠에를 암매장하고 연금을 부정으로 수령해온 것도 들통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해체됩니다. 노부요는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감옥에 갔으며 쇼타는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유리는 친부모의 집으로 돌려보내집니다. 헤어진 이후 오사무와 쇼타는 마지막으로 만남을 가집니다. 그때 쇼타는 오사무에게 일부러 경찰에게 잡혔다며 고백합니다. 이에 오사무는 죄책감을 느끼며 쇼타를 부르지만 쇼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버립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아빠'를 되뇌입니다. 그렇게 그들 가족은 헤어지게 됩니다.

 

3. 가족의 의미에 대해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전통적인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관계를 생각합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하지만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가족은 사뭇 다릅니다. 피는커녕 살아온 방식도 다른 이들이 한 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며 사는 모습은 우리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 노부요는 "무조건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느냐?"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가족은 어쩌면 그들처럼 서로 보듬어주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관계를 일컫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