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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리틀 포레스트, 시골의 정겨움과 따뜻함

by 파란색 2024. 5. 4.

리틀포레스트, 2018

1. 무해함 그 자체

일본의 만화를 리메이크한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 자극적인 영화가 난무하던 영화계에 '무해한' 청정 그 자체의 힐링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바 있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삭막한 현대인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 혜원이 어릴 적 소꿉친구인 재화와 은숙과 재회하며 일어나는 시골의 느긋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한 힐링 일상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인기 배우인 김태리가 주인공 혜원역을 연기했고, 한창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리던 배우 류준열이 재화역을 맡았습니다.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가도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네이버 기준 관람객 평가 9점대를 기록 중이며 평론가들의 평도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다만 일부 평론가들은 시골에서의 힐링 내용은 좋지만, 주인공들의 상처, 과거 에피소드와 현재 시골에서의 일들 사이에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하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한 입소문과 역주행을 통해 관객 수 150만명을 돌파하는 흥행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 줄거리

주인공 혜원은 교사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사귄 남자 친구와 함께 임용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혜원은 공부에 매진하지 않는 남자 친구와는 다르게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친구는 합격하고 본인은 끝내 불합격하게 됩니다. 이에 혜원은 자존심도 상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무작정 고향에 내려옵니다. 남자 친구에겐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잠수 이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고향에 돌아간 혜원은 고향 사람들에게는 내려온 사정을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며칠만 있다가 다시 올라갈 거라는 말만 한 채 눌러앉습니다. 결국 일년여를 고향에서 지내게 되었고 소소하게 밭일도 하고 오랜만의 소꿉친구들과 어울리며 힐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영화에서 혜원이 해먹는 음식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나옵니다. 실제 두부전과 떡볶이, 무지개 떡, 감자빵, 곶감, 밤조림 등의 한국적이고 맛있는 음식들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재하로, 혜원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재하 또한 혜원처럼 도시 생활에 상처를 입고 시골에 내려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서울 취직 후 계속되는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폭언에 신물이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재하는 시골에서 아버지의 농삿일을 도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혜원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은숙은 고향에서 떠난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고향 근처의 전문대를 나와 은행에 취직하여 일을 하는 중입니다. 평생을 고향에서 산 은숙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혜원은 전부터 재하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혜원과 재하가 수상한 낌새를 보일 때마다 질투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혜원의 엄마는 어릴적 그를 떠났습니다. 물론 혜원이 충분히 커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단 한장의 쪽지만을 남긴채 자신의 인생을 위해 떠난 엄마. 어릴 적 혜원은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고향에 다시 내려와 충분한 시간의 여유를 가진 지금, 혜원은 점점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됩니다.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에 내려왔던 혜원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고향의 정겨움과 여유로움으로 치유되어 있었습니다. 혜원은 오래전 엄마가 그랬듯, 친구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도시로 돌아간 후 종종 고향에 들르는 혜원의 모습을 비추며 막이 내립니다.

 

3.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유로 힘듭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또 집에서 각자의 이유들로 슬퍼집니다. 그때마다 우린 차분함과 여유를 잊게 됩니다. 섣부르고 어리석게 생각하기 바쁘며 천천히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바로 그런 우리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무 못났다고, 세상이 너무 모질다는 생각이 들 때, 잠시 멈추어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엔 종종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리틀 포레스트로 조금은 이른 여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