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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곡성, 한국을 홀린 마성의 오컬트

by 파란색 2024. 5. 4.

곡성, 2016

1. 한국형 오컬트의 정석

대한민국, 201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영화가 있습니다. "뭣이 중헌디", "절대 현혹되지 마라" 등 숱한 유행어를 남기기도 한 당시 최대의 오컬트 흥행작, <곡성>입니다. <추격자>와 <황해> 등의 수려한 전작을 보유한 나홍진 감독의 세번째 작품인 <곡성>은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그렇게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오컬트 장르, 거기에 고어틱한 영화의 분위기 장벽을 뚫고 680만 관객이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 시골 마을에 정체불명의 외지인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곡성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빼곡한 전개를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전종구 역에 '곽도원, 일광 역에 '황정민', 정체불명의 외지인 역할에 '쿠니무라 준', 무명 역에 '천우희'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오컬트라는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평론가, 관객들에게 연달아 호평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영화 평론가 평점 8.2점과 관람객 평점도 8.2점을 받으며 높은 평가를 유지 중입니다. 고어틱한 연출과 좀비, 샤머니즘적 스토리와 엑소시즘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여 쉴 새 없이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몰입도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2. 줄거리

전남 곡성군의 새벽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동네 지구대에서 일하는 주인공 종구는 마을에 살던 조 씨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새벽녘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출근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 현장에 도착해 종구는 칼에 수차례 찔려 죽은 조 씨 아내의 시신을 확인합니다. 현장에서 남성이 체포되었기에, 경찰은 그의 집으로 가 수사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그의 집의 창고에서 피로 가득찬 방을 보게됩니다. 또 더 조사하다가 이상한 의식을 한 거 같은 제단을 발견합니다. 

 

이후 영화는 타이틀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경찰서를 배경으로 순경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마을에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생기는 것이 마을에 불쑥 나타난 일본인이 나타난 뒤 부터라고 얘기합니다. 이후 어느 밤, 마을의 어느 집에 불이 나고 그 집에 부인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죽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불이 난 현장을 발견한 종구는 여자를 제지하고 현장을 수습하려하지만, 종구는 오히려 미친듯이 날뛰는 부인에게 공격당합니다. 정신 없는 와중 종구는 인파속을 쳐다보다 마을에 불쑥 찾아온 일본인이 그를 지켜보고 있는걸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종구는 화재 사건 현장 수습 중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여자 무명을 만나게 됩니다. 무명은 종구에게 자신이 불이 난 현장을 목격했다고 얘기하며 그를 끌고 현장을 누빕니다. 그리고 그녀는 종구에게 일본인 남성을 더이상 마주치지 않는게 좋다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마주치다가는 죽게 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후 종구는 전화를 받다가 무명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무명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러다 종구는 다시 한번 일본인을 마주칩니다. 일본인은 붉은 눈을 부라리며 고라니를 잡아 먹고 있었습니다. 종구는 겁에 질린채 도망을 치게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종구의 꿈이었습니다. 이상한 꿈을 뒤로 한 채 종구는 산 속에 거주하고 있는 외지인, 일본인을 직접 찾아갑니다. 하지만 일본인을 만나기도 전에 같이 갔던 동료 경찰 덕기가 벼락에 맞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덕기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온몸에 붕대를 감아야 했습니다. 이후 그날 밤 종구는 딸 효진이 자꾸 어떤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드리며 방에 들어오려고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튿 날 종구는 딸 효진이 생전 먹지도 않던 생선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봅니다. 이를 기이하게 느낀 효진의 할머니는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해 용한 무당을 부릅니다. 무당 일광은 굿하던 도중 마당에 있던 장독 속에 있는 까마귀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종구 가족에게 일본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일본인에게 살을 날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후 영화는 일본인을 잡으려는 종구, 귀신에 들린 듯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효진, 그리고 수상한 듯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는 일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누가 과연 선인지 악인지 모호하게 흘러갑니다. 무명이 나타나 종구에게 일본인과 일광은 한패이니 자신의 말을 믿으라고 하지만, 일광에게 이미 홀린 종구는 무명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효진을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게 됩니다.

 

3. 미끼를 물긴 물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체육대회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제대로된 오컬트 스릴러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됐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숨도 못 쉴 정도로 긴장감이 대단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폰으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무서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저 또한 매우 몰입도 있고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만, 영화는 고등학생이던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모호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선이고 악인지, 일본인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일광은 왜 사진을 찍어댔던 건지 무수한 의문만을 남겼던 영화였습니다. 말 그대로 미끼를 물긴 물었는데 누구의 미끼이고 누구에게 잡힌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해석과 줄거리를 보며 '아 그랬구나'라고 조금은 이해해 봅니다만, 역시 여전히 <곡성>이란 영화는 미스터리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