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컬트 장르의 반란
파묘.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한 영화 파묘는 3/21 오늘 기준 9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번 주말 대망의 관객 수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오컬트 장르는 분명 대중들에게 그리 사랑받는 영화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일부 팬층이 두터웠던 것은 사실이나 이렇듯 천만 관객의 성적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파묘 이전 오컬트 장르 1위를 지키던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관괙수는 700만명 남짓이었습니다. 그에 더해 파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의 기나긴 한파를 뚫고 달성한 천만 관객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파묘는 이러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검은사제들>, <사바하> 등 굵직한 전작을 보유한 정재현 감독과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의 스타를 앞세운 뛰어난 마케팅이 역시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의 대중들은 영화관에 가는 데 있어 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싸진 영화표 값 때문도 있겠지만, 숱한 OTT의 등장과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며 영화, 드라마를 보는 눈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돈을 내고 시간을 내어 영화관에 갈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그런 영화가 대중들을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 속 영화 제작사는 이전보다 공격적인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묘도 그 대표적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SNS에서의 좋은 반응은 금세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또한 기존 오컬트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풍수지리', '굿', '일제강점기' 등의 신선한 소재를 차용한 것이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오컬트 영화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종교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어쩌면 우리 '민족'을 한데 모으는, 장르를 뛰어넘는 전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2. 줄거리
영화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무당 '화림'과 그를 지키는 제자 '봉길'을 비추며 시작됩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미국 LA의 어느 한국인 부잣집이었습니다. 형이 자살한 후 목을 조르는 고통에 시달리는 지용의 의뢰였습니다. 화림은 '묫바람'이라고 말하며, 조부의 묫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 화림은 풍수사 상덕을 찾아갑니다. 받은 의뢰에 대해 말하고, 큰 보수가 걸려있다는 것을 듣고 영근과 상덕은 흔쾌히 수락합니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지용과 함께 묫자리를 확인하러 가게 되고 그리고 그 묘가 이름 없는 묘임을 알게 됩니다. 또 그들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이내 상덕은 다짜고짜 없던 일로 하자며 산을 내려오게 되고, 화림과 그들에게 '악지'중의 '악지'라며 묘에 잘못 손대면 큰일이 남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화림은 결국 상덕을 설득하고, '대살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게 됩니다. 묘의 나쁜 기운을 대살굿을 통해 날려버리며 파묘를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뜻에서였습니다. 한바탕 굿판과 파묘가 끝이 나고, 자리를 정리하던 일꾼들은 생김새가 음침한 뱀의 허리를 삽으로 내리 찍어 죽이게 됩니다. 그 순간, 한 여자의 얼굴이 나타나며 여자의 비명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지게 됩니다.
폭우가 내려 화장이 늦어지게 되고 한 장례식장에 관을 임시로 안치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관리소장이 관을 몰래 열게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괴성을 내지르며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빠져나온 것은 지용의 조부 혼령으로, 원한에 가득 찬 혼령은 미국의 지용의 저택으로 향해 자신의 아들과 지용의 어머니를 살해합니다.
그 시각 화림과 봉길은 '혼 부르기'를 통해 혼을 다시 관으로 불러들이는 의식을 거행하지만,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혼령은 결국 지용에게 찾아가 그의 목을 꺾어 죽게 합니다. 이후 혼령은 지용의 아들도 살해하려 하지만 관이 화장됨에 따라 소멸되게 됩니다.
이후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파묘를 했던 그 묫자리가 '첩장'이었음을 알게 된 상덕과 화림은 그 비밀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3. 마치며
'오컬트' 하면 떠오르는 흔한 종교, 구마가 없다는 것이 가장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를 한국적으로 아주 영리하게 풀어냈습니다. 오컬트 영화를 보면 보통 어느정도의 미결, 찝찝함이 남기 마련인데 <파묘>는 그 찝찝함을 명확한 대상과 전개로 완벽히 씻어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 '일제강점기'를 영화에 녹여내며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파묘>는 얼어붙은 극장가를 해빙하고 오컬트 영화의 가능성을 넘어 새 시대를 연 것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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